4월 3일부터 전교직원이 출근했다. 다음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개학 준비에 한창이다. 그러면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점심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학교는 급식실도 있고, 조리 실무원도 있다. 하지만 학생이 등교하지 않기 때문에 교직원들을 상대로 급식을 제공해 줄 수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긴 방학동안에 (약3개월) 매번 점심을 시켜먹었다. 나의 업무중 하나가 메뉴를 고르고 선생님 먹을 인원수 파악한 뒤 음식을 주문하는거였다. 이게 메뉴 고르는것도 엄청 일이다. (갑자기 없던 일이 생긴 것이다. 이거 은근 스트레스 많이 받음...)
그리고 어느 선생님들이 출근했는지 몰라 일일이 메신저 보내고, 전화하고 하는데도 꼭 빠뜨리는 사람이 있다. 처음에는 뭔가 내가 되게 잘못한것 같아서 힘들었는데 나중되니깐 그것 조차도 그러려니 했다. 자기 근무조 아닌데 내가 파악 할 필요도 없음을 느끼고 한결 나아졌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같이 점심 먹자고 이야기 해온 경우가 아니면 과감하게 패스했다.
처음에는 점심 먹겠다는 선생님께 일일이 메뉴를 물어봤었다. 그런데 선택장애인 사람들이 왜이렇게 많은거야? 일일이 메뉴 다 기다렸다간 점심을 못먹는 경우가 있을것 같아서 어느순간 내가 음식점 정하고 알아서 인원수에 맞게 먹을만큼 주문했었다. 오로지 내 입맛과 그날따라 내가 먹고 싶은 메뉴로 말이다.
그렇게 저렇게 점심을 해결하다가, 이제는 전 교직원의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것이다. 교감선생님께서 이런식으로는 안될것 같아서 위탁 급식업체를 알아보자고 하셨다. 다행이 우리학교는 기숙사 운영을 하는데 거래하는 위탁급식 업체가 있었다. 작년 수능 점심때도 그 업체가 와서 급식을 제공해줬는데 상당히 맛있었다. 그래서 그 업체에 문의하게 되었다.

문의 해보니 이미 다른 학교들도 그렇게 위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고 하더라. 많이 주문하는 단가는 5,000원(국+반찬4개), 6,000원(국+반찬5개+후식) 이었다. 가격도 괜찮았다. 시켜먹을때도 5천원~1만원 사이였으니깐. 학교 급식에 비해선 비쌌지만 뭐 선택의 폭이 없으니깐 일단 그 업체로 가닥을 잡았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위탁 급식을 실시 할건지에 대해 모든 교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봐야 했다. 우리학교 교직원은 93명이다.(급식 종사자 빼고) 다행인건 우리학교가 이번에 아이엠티처를 계약했는데 그 기능중에 설문 기능이 있어서 쉽게 선생님들의 의견을 수집할 수 있었다. 비록 나중에 10여분이 답변을 안줘서 내가 또 일일이 전화해서 물어봐야 했지만 말이다. 뭔가를 하려면 의견 수립도 한번에 딱 안된다.
93명의 교직원 중 78명이 위탁급식을 먹겠다고 답변이 왔다. 그리고 가격은 5,000원이 과반수를 넘겼다.

그렇게 모든 조사가 끝나고 업체와의 통화만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교감선생님께서는 위탁급식 업체와 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행정실에서는 이게 언제까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계약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두 입장의 말이 다 맞았다. 하지만 나는 행정실의 업무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행정실에서는 일을 하나 떠맡게 되는 격이 되고, 또한 나중에 갑자기 등교 개학이 바뀌게 되면 돈을 다시 환불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런 일 때문에 행정실과의 기싸움은 계속되었다.
그래서 결국엔 어떻게 됐는지 아는가? 그 업무가 "나"에게 떨어졌다. 나는 단순하게 선생님들 급식 인원 파악하고 업체에 전달했는데... 나중엔 내가 선생님들의 급식비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되버렸다. 위탁급식은 후불로 진행된다. 온라인 개학이 끝날때까지 위탁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급식이 완전히 끝나게 되면 업체로 돈을 송금하면 된다. 그 담당을 내가 하게 된 것이다. 78명의 교직원들에게 돈을 받아 그 돈을 다시 업체로 넘겨야 한다.
설문 의견 수립단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선생님들이 재빠르게 행동하는게 아니다. 이번 급식비 대금문제도 이와 같을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 문제는 나중에 신경쓰기로 하고. 나는 이제 어떤 메뉴를 고르고 주문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서 당장은 좋다. 뭐.. 그렇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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